시작하기 전에 알아둘 것

경제가 성장해도 그 과실이 고르게 퍼지지 않으면 사회는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어요. 소득 불평등을 재는 대표적 지표가 지니계수입니다. 0에 가까울수록 완전 평등, 1에 가까울수록 완전 불평등을 뜻해요. 한국의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24년 0.325로, 전년 0.323보다 오히려 악화됐습니다¹.

소득 불평등, 성장의 약인가 독인가

적당한 불평등은 ‘더 벌기 위해 노력하라’는 인센티브로 작동해 혁신을 촉진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대로 과도한 불평등은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갉아먹고 사회적 갈등을 키워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니계수는 어떻게 계산되나

이탈리아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가 1912년 고안한 이 지수는, 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실제 소득 분포가 ‘완전 평등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합니다. 함께 자주 쓰이는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몇 배를 버는지 보여주는 지표인데, 한국은 이 배율도 2023년 5.72배에서 2024년 5.78배로 확대됐습니다¹. 두 지표가 같은 방향(악화)을 가리켰다는 점에서 우연이 아니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불평등은 성장에 약일까 독일까

경제학계의 답은 “적당히는 약, 지나치면 독”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도의 소득 격차는 근로 의욕과 혁신 유인을 자극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격차가 지나치면 저소득층의 교육·건강 투자 여력이 줄어 다음 세대의 성장 잠재력 자체를 깎아먹는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대체로 “일정 수준을 넘는 불평등은 장기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한국의 재분배는 왜 효과가 작을까

나라살림연구소가 2020년 기준 OECD 국가들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세전 지니계수는 0.396에서 세금·복지를 거친 뒤 세후 0.324로 낮아져 재분배 효과가 0.072포인트였습니다. 반면 OECD 평균은 세전 0.467에서 세후 0.319로, 재분배 효과가 0.148포인트—한국의 약 2배에 달했습니다². 2013~2022년 사이 재분배 개선 속도로 봐도 OECD 평균은 32% 개선된 반면 한국은 18.2% 개선에 그쳐, 비교 대상 33개국 중 30위에 머물렀습니다². 세전 격차가 문제가 아니라 세금·복지를 통한 ‘교정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뜻이에요.

불평등 지표, 이렇게 함께 보면 좋다

정리

지니계수 0.325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방향—개선되고 있는지, 악화되고 있는지—과 재분배가 실제로 격차를 줄이고 있는지입니다. 최근 흐름은 두 방향 모두에서 아쉬운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평등을 둘러싼 경제학계의 오랜 논쟁

1950년대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경제가 발전하는 초기에는 불평등이 커지다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다시 줄어드는 ‘역U자형’ 패턴을 보인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여러 선진국에서 오히려 불평등이 다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이 가설이 모든 시대에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구조가 지속되면 불평등이 자동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자산 불평등, 소득 불평등보다 더 큰 그림

지니계수는 대개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되지만, 부동산·주식 등 자산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득은 노동을 통해 매년 새로 벌어들이는 반면, 자산은 대물림되거나 복리로 불어나는 성격이 강해 격차가 누적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득 지니계수만 보고 “불평등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훨씬 크게 벌어진 자산 격차라는 그림자를 놓칠 수 있습니다.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 수단들

누진세, 상속·증여세, 근로장려세제(EITC)처럼 소득 이후 단계에서 재분배를 강화하는 정책과, 교육·보육처럼 애초에 소득 격차가 벌어지기 전 단계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정책은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다수 연구는 두 접근을 함께 쓸 때 효과가 더 크다고 보는데, 세금·복지만으로 사후 교정하려 하면 그만큼 조세저항이나 비효율이 커질 수 있어, 애초에 기회 격차를 줄이는 사전적 정책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정리하며—성장과 분배는 함께 봐야 한다

불평등 논쟁은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나친 불평등은 다음 세대의 인적자본 투자를 위축시켜 장기 성장 자체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배 개선은 성장과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세대 간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축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뿐 아니라, 세대와 세대 사이의 불평등도 함께 논의됩니다. 자산 가격이 오랫동안 상승해온 시기에 이미 자산을 축적한 기성세대와,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청년세대 사이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문제의식입니다. 국민연금처럼 세대 간 부담을 나누는 제도에서도 이런 형평성 논쟁이 함께 얽혀 있어, 소득 불평등과 세대 불평등을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문제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가 불평등을 주목하는 이유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도 최근 몇 년간 불평등을 단순한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거시경제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정치적 양극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장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분배 문제를 성장 정책과 분리해서 다룰 수 없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결국 지니계수 하나로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방향성을 꾸준히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유용한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지니계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숫자로 사회 전체를 판단하는 게 지나친 단순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매년 같은 방법으로 측정된 지니계수의 변화 추이는 그 자체로 정책 효과를 가늠하는 신뢰할 만한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참고 자료
¹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2025.12.4
² 이데일리 마켓in, 나라살림연구소 “조세 및 복지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 국제 비교”, 2025.11.21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투자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제공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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