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출산도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포기한다는 청년들.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로 설명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포기가 아니라 ‘계산’이다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리서치의 2026년 결혼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원하는 20·30대는 여전히 많지만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습니다². 즉 결혼·출산 자체를 원치 않는 게 아니라, 주거비·양육비·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미루거나 단념하는 ‘합리적 계산’에 가깝다는 해석입니다.
경제적 뿌리—세 겹의 부담
첫째는 주거비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83주 연속 상승하는 상황³에서, 결혼 후 살 집을 마련하는 부담이 결혼 자체를 미루는 이유가 됩니다. 둘째는 고용 불안정입니다. 안정적인 정규직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혼 적령기와 경제적 준비 시기가 어긋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셋째는 양육·교육비입니다. 사교육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출산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왜 최근 2년은 반등했나
2024~2025년의 반등¹에는 결혼 건수 증가, 팬데믹 기간 미뤄졌던 결혼·출산의 ‘이연 효과’, 그리고 정부의 출산·육아 지원 정책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다만 두 해 연속 반등이 추세적 전환인지, 일시적 반등인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했나
- 프랑스 — 다자녀 가구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육 인프라 확충으로 출산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 북유럽 국가들 — 성별 육아휴직 균형, 유연한 근무제도가 일-가정 양립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공통점 — 현금성 지원만이 아니라 주거·고용·보육이 함께 개선돼야 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됩니다.
청년 세대가 실제로 원하는 지원은 무엇인가
여러 설문에서 청년들은 일시적인 출산장려금보다 안정적인 주거 지원과 믿을 수 있는 보육 인프라, 그리고 육아휴직 이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노동시장 환경을 더 실질적인 지원으로 꼽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정책 설계에서 현금성 지원과 구조적 지원 사이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분할지가 정책 효과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체감하는 부담의 차이
결혼·출산을 둘러싼 경제적 부담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체감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여성은 경력 단절과 육아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남성은 주거 마련과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한다는 조사 결과들이 있는데, 이런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정리
0.80명이라는 숫자와 2년 연속 반등이라는 방향은 둘 다 사실입니다. 청년들의 결혼·출산 결정이 감정이 아니라 주거·고용·교육비라는 냉정한 경제적 계산에 좌우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지역별로 다른 결혼·출산 여건
수도권과 지방의 결혼·출산 여건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지만 양질의 일자리와 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수도권은 일자리는 많지만 주거비 부담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지역에 따라 결혼·출산을 가로막는 주된 장벽의 성격 자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전국 단일 정책보다 지역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정리하며—신뢰할 수 있는 미래 전망이 핵심
결국 결혼과 출산 결정은 지금 당장의 형편만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의 소득과 주거 전망에 대한 신뢰에 크게 좌우됩니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단기적인 지원금 규모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입니다.
정부 저출산 예산, 왜 효과가 더뎠나
한국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작한 이후 누적 수백조 원 규모의 예산을 저출산 대응에 투입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합계출산율은 계속 하락해 2023년 0.72명, 2024년에는 0.75명 수준으로 집계되며 반등 폭이 크지 않았습니다(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전문가들은 예산의 상당 부분이 현금성 지원이나 단기 육아수당에 집중된 반면, 정작 청년들이 꼽는 핵심 장벽인 주거비 부담과 고용 불안정, 경쟁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는 충분히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즉 예산 규모보다 정책의 초점과 실행 방식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해외 사례는 이 지점에서 시사점을 줍니다. 프랑스는 오랜 기간 가족수당과 함께 보육 인프라 확충, 다자녀 세제 혜택을 병행해 합계출산율을 OECD 평균을 웃도는 1.6~1.8명대로 유지해 왔고, 스웨덴은 부모 모두에게 480일에 달하는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며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제도화했습니다(OECD Family Database). 두 나라의 공통점은 현금 지원보다 시간(휴직)과 인프라(보육시설) 제공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으로, 한국의 저출산 대책 논의에서도 최근 몇 년간 이 방향으로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역할—일·가정 양립 문화
정부 정책만큼이나 기업 문화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꼽힙니다. 육아휴직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어도 실제 사용률이 낮거나, 복귀 후 승진·평가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반면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대체 인력 운용을 제도화한 기업일수록 직원의 장기 근속률과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어, 저출산 대응이 단순한 사회적 배려가 아니라 인력 운용 전략의 문제로 재해석되는 추세입니다. 결국 출산율 반등은 정부의 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의 조직 문화와 노동시장 구조 전반이 함께 바뀌어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근 논의의 핵심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2년 연속 반등했습니다¹.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해요. 이 반등의 이면에는 여전히 “결혼도, 출산도 부담스럽다”는 청년들의 냉정한 계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¹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통계청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
² 파이낸셜뉴스, 한국리서치 “2026 결혼인식조사” 인용 보도, 2026.7.20
³ 세계일보, “서울 아파트값 83주 연속 상승”, 2026.9.11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투자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제공 목적입니다.